공적공간 사적공간
(사)스페이스 코디네이터-갤러리정미소 공동기획 프로젝트
리얼 다큐 ‘건축과 미술’의 소통
건축가와 미술가가 만났다. ‘공간’을 화두 삼아 현대인의 삶과 사고를 이야기한다. (사)스페이스 코디네이터* -갤러리 정미소’ 공동기획 프로젝트 ‘공적공간 사적공간’ 전시는 이러한 건축가와 미술가의 팀 작업을 보여준다. 13인의 건축가와 미술가가 팀별 매칭을 위한 전시와 여러 차례 워크숍을 거쳐 진행되었는데, 스케치와 모델, 갤러리 바닥을 덮은 드로잉은 건축도면 보다 더 축약돼 결론이라기 보단 진행임을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건축가와 미술가는 작업방식도 다르고 구사하는 작품의 스케일도 다르기에, 한 팀이 되어 한 주제를 발전시켜 전시물까지 완성한다는 것에 감수해야 할 것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공공미술이라는 접점에서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건축가와 미술가의 입장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대중이라는 존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라는 너무나도 대중적인 전시 주제에서 관객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물론 작가들은 공간에 대한 여러 개념과 의미를 두고 있으며, 공사 공간이 구분되는 인간 심리나 소유, 시간에 따르는 변화를 얘기한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 그리고 사이공간 등에 대한 관심은 작가의 언어로 표현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과 전시 기획자들은 7개월 가까이 진행된 프로젝트를 작업의 시작으로 보고 있었다.
전시의 한 부분인 조준호 이문호(Private Space or Public Space/ Reality or Virtuality)의 전시는 심리적 공간을 사적 공간으로 해석하여,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거울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봉일범 권기범 김정주(Highway wonderland) 팀은 갓길, 인터체인지, 고속도로와 같은 도시의 공적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이공간’의 기묘한 위치를 보고 공적 공간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반면 정수진 김동진 김영섭(전시방 Made in Korea Bang-소통형 밀실 문화)은 우리의 일상에서 ‘방’이라는 공간이 공적 공간과 사적인 물리적 경계가 사라진 것에 주목하여 갤러리 바닥에 ‘전시방’ 도면을 펼쳐 제 3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관람객은 도면으로 표현된 현실의 공간 위에 채집된 소리에 따라 공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실제로는 ‘소유’라는 관념에서 비롯됨을 이현호 이수열 이배경(동시성, 소유, 지연, 설치, 순환, 재생(재-순환))팀이 주목한다. 자신의 관람 행위(사적 소유)가 갤러리(공적 공간) 안에서 시간 차이(타임딜레이)에 따라 어떻게 비쳐지는지, 곧 분할된 영상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관람객들의 움직임은 작품의 내용이 된다. 또 하나의 전시는 두 작가의 합의된 방법론을 모색하는 대신 첫 만남부터 최종 전시에 이르기까지 담론 진행을 기록(김동원 박대성, 침묵, 소통, 중첩)하였다.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융화하는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 5개 팀의 건축가와 미술가는 팀의 주제와 매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서로 다른 협업의 자세를 취하는데, 아쉬움은 그 결과가 전시 매체를 좀더 적극적으로 만드는 사람 중심으로 가게 되는 경우이다. 그런 점에서 개별 작가들의 작품보다는 전시의 메시지에 관심을 둬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전시 기획자도 전시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완성된 결과 보다는 오히려 해석에 비중을 크게 두어,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과정을 낱낱이 그대로 기록하고자 한다. 전시공간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되는 ‘작가들의 이야기’ 보다는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해내기까지의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방법론이 어떠할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관이 서로 다른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무엇일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몇 차례의 워크샵과 토론에서 오고 간 작가들의 담론을 비쥬얼이라는 형식의 전시로 제한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출판물을 통해 다시 한 번 기록된다고 하니 대중과 소통을 시도할 진정한 리얼다큐의 시청을 기다려볼만 하다.
아울러 전시에서처럼 작품을 텍스트로서 해석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후기구조주의자들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열린 텍스트의 가능성에 관심을 두듯,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작품보다는 텍스트로서 건축을 바라봐야 하듯 말이다.
WIDE 2009 11/12 게재
* (사)스페이스 코디네이터는 분야별 공공문화 영역을 아우르며 새로운 문화 영역으로 구축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삶에 기반한 예술, 문화와 자생적으로 지속적인 문화-예술을 실현하며, 전시, 출판, 프로젝트, 심포지엄, 세미나 등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단체로 2008년 설립되었으며, 건축가 장윤규 씨가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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