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건립이 가시화 되고 있다. 서울관 건축의 방향성을 가늠할 1차 아이디어 공모에서 선정된 수상작이 발표되었고, 공모작 전체가 공개되었다. 서울관 건립 예정지인 옛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있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축설계 아이디어 공모 출품작’ 전은 공모작의 패널을 비롯 설계설명서를 20여 일간 전시한 바 있다. 최우수작 5개의 아이디어는 아디어의 기본 방향을 유지하면서 심사위원들과 미술관 측의 지적과 권고 사항을 반영하여 2차 건축설계경기에서 구체적인 설계안을 제시하게 된다. 앞으로 2차 건축설계 경기를 거쳐 5월말 최종 안이 확정되면, 곧 이어 9월말 공사 시작하여 2012년 12월 완료할 것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전하고 있다.
1차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팀은 MP ART 건축사사무소 민현준 외 4인, 김종규+(주)건축사사무소 엠에이알유 정일교 외 3인,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이필훈 외 4인, 씨지에스 건축사사무소 신춘규+플랜씨건축 최윤정+고려대학교 최춘웅, 홍익대학교 김주원+(주)진우종합건축사사무소 김동훈이다. 우수작은 최문규+(주)가아건축사무소 강인철, (주)건축사사무소 UNITS UA 이승윤+최정우+박혜선+강한샘,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종호+(주)건축사사무소 메타inc 우의정, (주)건축사사무소 핸드 박영일+피터 윈스턴 페레토+박희령+김준성, 종합건축사사무소 라움에이엔씨 이정훈, 5개 팀이다.
앞으로 2차 건축설계 경기를 거쳐, 5월말 최종 안이 확정되면, 곧 이어 9월말 공사 시작하여 2012년 12월 완료할 것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전하고 있다. 심사위원은 외국인 3인, 내국인 6인으로 구성되었다. 배리 벅돌(콜럼비아대 건축사학과 교수, 뉴욕현대미술관 건축 부문 수석 큐레이터), 마르코 포가츠닉(베니스대학교 건축사학과 교수), 가즈요 세지마(SANAA 대표). 김진균(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조병수(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큐레이터, 조병수건축연구소 대표), 서현(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김일현(경희대 건축학과 교수), 최만린(조각가,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유이영(서양화가, 서울시립미술관장)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 미술관과 덕수궁 미술관, 서울관의 3관 체제로 서울관은 현대미술 중심의 기획 전시관으로 특화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미술관으로서 비전과 함께 ‘터’의 선정에서 논란과 이슈 거리를 만들어 왔다. 또한 이번 공모전의 건축 아이디어들은 공공건축으로서 미술관의 미래상에 대한 건축가들의 발언기도 하며, 공모 자체가 현 건축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사실상 문화계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이다. 과천 미술관의 입지적 한계와 기능 및 규모 면에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나, 미술관에 적합한 터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2004년 국군기무사령부를 이전한다는 계획이 나오면서 서울관 건립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가 통치기구의 자리에 문화시설이 들어간다는 의미는 이른바 탈식민지와 탈권위주의 시대를 상징으로 공론화되었으며, 특히 북촌과 삼청동, 사간동, 인사동을 연계하는 문화벨트 조성 계획으로 설득력과 정당성을 갖추게 되었다.
서울관이 들어서는 터는 경복궁에서 볼 때, 왼편 삼청동 쪽이 국군서울지구병원, 오른편 동십자각 쪽이 국군기무사령부 본관 구역으로, 그 뒤로 기무사 아파트와 테니스 장 등이 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1년(당시 국군보안사령부)부터로, 12ㆍ12 반란 때는 신군부 세력 등장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는 청와대와 가까이 있어 대통령과 고위직들의 응급 병원으로 쓰이고, 대통령 시설, 군 특수시설의 위계로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는 전 구역이 병원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세워진 건물로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이 경성의학전문학교(경성의전)의 부속 병원으로 얼마 전까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본관으로 쓰였다. 박길룡이 설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박길룡이 설계한 건물은 기무사 본관 옆 자리의 건물이었다. 그 건물은 해방 이후 국군수도병원을 새로 지으면서 헐렸다. 그리고 1969년 삼청동 길을 복개하여 확장하면서 병원 전면에 흐르던 개울과 돌다리 등이 모두 헐렸다. 훨씬 더 이전에는 이씨 왕조의 족보와 영정을 관리하던 종친부와 규장각, 소격서, 사간원이 있던 자리로, 종친부는 1981년 신군부에 의해 정독도서관으로 옮겨졌다. 이러한 연유로 서울관이 들어서는 소격동 165번지 일대는 오랜 기간 군사시설이 점유해 있으면서 보안과 통제에 따른 불가침 영역이었고, 경복궁과 북촌 사이에 있으면서 단절과 고립된 채 도시 구조가 기형적으로 변형돼 왔다. 이 점은 도시 구조의 회복이란 점에서 또한 공모전의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슈의 또 하나는 등록문화재 제 375호인 기무사 본관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서울관 건축 논의 초기에는 건축 당시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서 훼손이나 변경된 부분이 있으니, 이점에서 건축적 가치와 미술관으로서 활용하기에는 문제와 제약이 많다고 보았고, 오히려 미술관을 신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후 본관 건물 활용에 대한 타당성 및 방향성 연구가 이루어지고 신축보다는 리노베이션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옛 기무사 본관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외벽은 벽돌조로 내부 칸막이 벽은 목조심벽으로 구성되어 있는 건물로, 평활한 벽면, 수평창, 비대칭적 입면 등 초기 모더니즘 형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존 건물이 거의 없는 일제시대 병원 건축물로서 근대 의료사적 측면과 1970년대 이후 당시 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 본관으로 사용되면서 한국현대정치사의 주요 무대인 점에서도 그 가치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미술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물 전체를 보존하여 내부는 교육 연구 시설, 행정 시설로 활용하는 방법과, 근대 건축의 주요 구성 요소인 전면과 측면을 포함하여 중앙 홀, 두 개의 계단 등을 보존하는 방법, 외피만 보존하여 전체적으로 근대건축의 인상을 유지하면서 나머지는 건축가의 해석에 따라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관 계획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방향을 잡았고, 옛 기무사 본관의 복원 범위와 방법에 대해서는 설계자에게 맡기고 있다. 즉 공모전의 최종안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는 터는 경복궁이 옆에 있고 북촌이 시작하는 지점이다. 어느 정도는 환경과 도시 맥락에서 친화적이면서도 자기 개성을 가지고 있는 건물을 기대하게 된다. 특히 기획 중심으로 꾸려질 전시관일 경우는 공간 프로그램에 유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뭐든지 집어넣을 수 있는 통과 같은 개념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건축물의 보존과 활용에서 건축적 가치가 있으니 보존해야 한다거나 수탈과 지배, 침략 전쟁의 산물이니 없애야 한다는 등의 관점과 흑백논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과거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당시에 비해 일보 하였다는 견해도 있으나, 보존과 활용을 논의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무작위 철거가 일어나고 있으니 현재의 역사 인식과 문화적 자의식을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같이 국가적인 프로젝트의 공모가 있게 되면 이상한 걱정이 일게 된다. 당선된 안이 제대로 지어질지, 설계자가 바뀌지는 않을지, 혹은 문화재와 같은 예기치 못한 복병이 등장해 공모 자체가 백지화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의구심들이다. 공연한 노파심일지 모르나, 일련의 국제적인 건축설계 경기에서 비슷한 사건이 몇 차례 있었고, 그 근간에는 공모들의 진행 방식과 과정에 몇 가지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어서이다. 때문에 걱정에 앞서 서울관 공모의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모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할 몇 가지 원칙을 두고 있다. 1차 아이디어 공모와 2차 건축설계 경기 분리, 심사 과정의 공정함과 투명함, 선정된 안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틀을 두고 있다. 특히 한국 건축가를 공모의 중심에 세우는 원칙을 두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일지 모르겠으나 서울관 완공 즈음이 2012년으로 대선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 있기도 하다.
설계공모에서 원 페이퍼 프로포절
이번 공모처럼 굳이 1차 아이디어 공모와 2차 건축설계 경기를 구분하여 두 번에 걸쳐 진행하는 방식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설계 경기가 시작되면 막대한 인원과 비용을 들여 준비하며, 조직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는 참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공모’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모’ 할 수 없는 제약이 있는 것이다. 아이디어 공모는 곧 지어질 것 같은 건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화려한 CG나 모델 대신에 건축가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형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디어 공모는 건축가들을 위한 하나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서울관 아이디어 공모에서는 A1 규격의 도면 3장, 20매 내외의 설계설명서로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고 과다한 CG도 자제하도록 하였다. 1차에서 선정된 안들 역시도 이런 룰을 따르고 있다.
1차 공모의 초안 작성에 참여한 김일현(경희대 건축학과 교수)은 아이디어 공모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이디어 공모 자체가 사람과 아이디어를 뽑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선정해서 본 설계를 하면 당연히 변화가 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죠. 그러면 설계안은 당연히 바뀔 것이고요. 앞으로 사실은 일본에서 하는 프로포절 방식과 같이 보고서 몇 장 내로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데, 좋은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철학이 있는 제안서를 받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지역 커뮤니티 센터, 초등학교와 같은 중소규모 공공 건축물에서 더욱 필요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간소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료가 축적이 될 수 있고 작은 규모 사무실이지만 커다랗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과 기회를 제공 한다면 계속 간소화 되는 게 좋다고 봐요.“
일본의 프로포절 방식은 설계자의 능력과 경험 같은 자질을 기준으로 설계자를 선정한다. 설명할 수 있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내용에 대해 설계자 인터뷰를 하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제안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이 이루어지는 공개 심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A3 규격 2매 정도에 내용을 기술하고 사진과 이미지 사용을 최소한으로 허용한다. 설계 내용의 구체적 표현, 투시도 등은 사용 불가로 규정하고 있다. 제안서를 평가하고 1차로 복수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2차로 공개 심사를 진행하는데, 발주자는 공개 심사를 위한 일정 금액의 작업 비용을 지급하고 제안자는 A1 크기 1매 정도의 도판과 설명을 위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전부다. 이를 통해 설계자와 발주자의 부담을 경감시키면서 CG 등의 표현에 좌우되지 않고 내용에 충실한 심사를 유도하고 있다.
토론 심사와 민주적 프로세스
한편 서울관 공모의 심사 과정과 내용 전체를 공개하기로 하고 있는데, 다만 공모가 진행 중이고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현재로서는 어떤 영향력도 주지 않겠다며, 시기는 최종 설계안이 선정된 이후로 예정하고 있다. 공개될 내용에는 한 가지 안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심사 기준이 포함된다. 예상하기로는 기존의 다른 공모에서 발표되는 심사 결과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 듯 하다. 심사 방식이 일반적인 점수제 채점 방식과는 다른, 심사위원 전원 토론 방식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안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서로 다를 때, 그 안을 지지하는 심사위원은 이유를 성명하여야 하고, 지지하지 않는 나머지 심사위원들이 각자의 생각을 전하게 된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서로를 납득시킴으로써 선정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아이디어 공모가 아니더라도 국내 건축설계 경기에서 컬러 사용 자제나 제출 서류가 간소화되는 것이 비교적 최근 추세이지만 당선작에 대한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심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 할 수 없도록 사전 서약을 작성하고, 수상작 전시가 있기도 하지만 공정성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심사 과정과 내용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별 안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분석적인 내용이 이 같은 시비와 잡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공 건축물의 질적 향상을 위한 방법
또한 서울관의 경우 아이디어 공모 이후 2차 공모에서 기본 컨셉이 변형되거나 선발된 이유가 사라질 경우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어, 선정된 아이디어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과정을 만들고 있다. 1차 아이디어 공모는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설계자’를 선정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진행될 2차는 좋은 아이디어가 구현된 ‘좋은 안’을 뽑는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국내외 건축사 자격을 가진 모두가 응모 가능하지만, 외국 건축사 면허 소지자는 반드시 국내 건축사와 함께 응모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국제 공모전이지지만, 국내 건축가와 함께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지침을 두고 있다. 그리고 미술관 측은 제대로 짓기 위해 설계자에게 모든 권한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실시 설계까지 제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건축가에게 크레딧이 주어지고 공사 컨소시움을 구성할 수 있도록 전권을 당선 건축가에게 일임한다. 일반적으로 공공건축에서 진행되는 방식과는 다른 지점이다.
이러한 방식이 업계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건축물의 결과일 것이다. 특히 공공 건축물에서 질적 향상을 위해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고민돼야 할 것이다. 쉽게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모와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역사박물관은 1차 아이디어 공모 후에, 당선자에 한해 2차는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인 턴키로 진행될 예정이다. 더욱이 주관부서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두 결과를 비교해 볼 수 있다면 흥미롭지 않겠는가. 적어도 공모에 당선되고서 노들섬 예술센터처럼 매번 전혀 다른 공모를 세 번씩 치른다거나, 백남준 미술관처럼 당선작의 안과는 전혀 다른 건물이 된다거나, 해인사 신행문화도량 공모와 같이 아예 백지화되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모두가 바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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