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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온 한강 Floating on the Han River

자료실/도시건축

by 정예씨 2010. 4. 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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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한강이 우리 삶의 중대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강에서 일어나는 건축 행위가 삶에 어떻게, 얼마만큼 영향을 줄 것인가가 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들은 뱃길과 연관성, 그리고 한강 활성화로 기대되는 경제적 가치, 생태계와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 정도로 오히려 다른 의미나 가치는 묻혀 버리곤 한다. 한강이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정비되면서 강북 강변과 강남 강변을 얻었고, 한강 둔치에서 인근 사람들이 사는 곳까지 5백 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토끼굴을 통해서만 접근 할지언정, 사람들은 소소한 일상들을 그 강변에서 보내왔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재정비는 한강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시민들에게 한강을 되돌려주기 위해. 그 하이라이트에는 인공섬이 있고 대대적인 재정비와 함께 한강의 풍경을 재구성한다. 바야흐로 하늘엔 조각 구름이 떠있고 강물에는 유람선이 떠있고, 인공섬도 떠있게 되었다.

한강 르네상스의 인공섬은 반포 지구에 건설되는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로 3개의 인공섬이 부교로 연결된다. 얼마 전 제 2섬이 한강에 진수(進水)되었고 첫 번째와 세 번째 섬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오는 10월 말 최종 완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플로팅 아일랜드에 앞서 작년 가을, 마포대교 남단 여의 지구 한강 공원에 ‘플로팅 스테이지(Floating Stage)’가 이미 완공된 바 있다. ‘플로팅 스테이지’는 공연이 없을 때는 카페 및 다목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외부 구조체가 열리는 개폐식 수상무대이다. ‘플로팅 아일랜드’도 서울시장이 G20 정상 회담을 공언할 만큼의 다기능 종합문화시설에서 수상 레저 시설까지 겸하게 된다. 이 둘은 서로 비슷한 시기에 한강에 건설되고, 모두 지지 기둥과 기초 없이 물 위에 떠 있는 ‘플로팅 건축’이다.

그런데 피어(Pier) 건축이 아닌 플로팅 건축인 것은 한강의 수위 차이 때문이다. 조수간만으로 한강 수위는 매일 +50/-50cm 가량 차이 나고, 3~4년에 한 번씩 큰 홍수로 최고치 11.2m, 보통 7~9m까지는 수위가 올라간다. 평상시 최고 수위를 기준으로 건축하더라도 썰물 때는 1m만큼 기둥이 드러난 채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 잠긴다. 플로팅 건축은 조수간만으로 수위 차가 크고 홍수기가 빈번히 생기는 한강에 더 적합한 건축 방식으로, 고려해야 할 외부 조건이 많아 특별한 건축디자인을 요하고 구조와 건축시공 면에서 일반 건축물과는 다른 점이 많다.


휴먼 스케일 vs. 어반 스케일  

플로팅 건축물과 유사한 것으로 한강 바지선들이 있다. 민간 19개 유람선 선착장 약 10여 개, 지자체 바지 10여 개 등, 모두 40개 이상에 달하지만 그 수만큼 잘 인지되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바지선을 수평 레벨 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플로팅 스테이지’와 ‘플로팅 아일랜드’는 매스 감이 강조되어 한강에서 건축물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넓은 한강 폭에 대해 도시적 스케일의 매스로, 반구 형태의 떠오르는 물방울과 ‘꽃씨, 꽃봉오리, 만개한 꽃’ 모양으로 즉물적인 형태미를 드러낸다. 그리고 각각 한강의 아이콘과 랜드마크를 지향한다.

보통은 평균 폭이 1km, 둔치를 포함해 2km 정도까지를 한강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한강에 건축물이 들어설 때는 2km 기준으로 건축물의 휴먼 스케일을 정하게 된다.

‘플로팅 스테이지’는 한강 폭 전체보다는 배경으로 있는 밤섬까지의 거리 약 670m의 랜드 스케이프를 기준으로 결정된 볼륨(면적 560㎡(170평), 폭 22m)이다. 그리고 총면적이 9,209㎡(2,786평)로 정해져 있던 ‘플로팅 아일랜드’(건축설계 해안건축)는 매스를 셋으로 나누어, 스케일을 조정한다. 한강의 건축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어반 스케일에 따른 것이라면, 전체적인 볼륨은 휴먼 스케일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둘의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은 플로팅 아일랜드가 설계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당선작이라면, ‘플로팅 스테이지’는 제안된 기획으로 여의도 공원 마스터 플랜의 설계 변경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매스의 볼륨에 대해 건축가 윤창기(경암건축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보통 도시계획적으로 어떤 한 블록에 대해 디자인 할 때 제가 생각하는 룰이 있습니다. 강 폭에 대해서 전체 볼륨이 5퍼센트가 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건물 주변에 접근하는 사람들의 시각을 막아 부담을 주거든요. 강 폭에 대해 열려 있는 한남대교나 반포대교 쪽에서는 볼륨이 커져도 되겠지만, 앞에 밤섬이 있는 여의도는 약 700m 지점에서 한 번 걸러지는 것이죠. 특히 ‘플로팅 스테이지’의 배면 구조체 각도를 조정하여 공연시 구조체가 닫히면 음이 밤섬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플로팅 스테이지’가 무대 자체를 개폐식으로 한 것이 둔치에서 한강의 경관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라면, ‘플로팅 아일랜드’는 오히려 즉자적인 형태미와 조형성을 강하게 드러내어, 한강으로부터 건축물로 ‘시선을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리고 시선을 차단하는 것으로 발생할 답답함을 최소화 하기 위해 유리 커튼 월로 디자인되었다. 유리에 반사되는 물빛은 그대로 흡수되어 강과 일체화를 꾀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유리의 투명한 물성이 폐쇄감을 완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공간 사옥을 그대로 투과하겠다는 공간 신사옥의 투명함이 공간의 프로그램과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거주자의 습관으로 무색해지는 경우도 있다. 



플로팅 원리

플로팅 건축의 원리는 간단하다. 배처럼 물 위에 잘 떠 있어야 하고 떠내려가지 않고 제 위치에 있어야 한다. ‘플로팅 스테이지’의 경우 상부 건축물의 자중이 약 4백 톤이면, 하부 구체(바지)가 4백 톤 이상의 부력을 만들면 뜨는 것이다. 하부 구체가 4백 톤의 자중을 배처럼 띄울 수 있도록 하고, 수면에서 떠오르는 높이가 항상 일정하도록 한다(안전율 60~120cm). 그리고 제 위치에 계류하기 위해 앵커링을 이용하는데 고급 바지들은 자동 밸런스와 자동 릴 체인시스템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상부 무게를 잡아주기 위해 약 70~100톤 가량의 쇳덩이나 콘크리트 더미로 된 닻을 4~5개씩 내려 제 위치에 떠 있도록 한다. 또 지상과 이동 힌지로 연결되는 부교가 물의 높낮이에 따라 항상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건축물의 하중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고루 퍼져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인데, 균형이 깨지면 전체가 기울어져 건축물이 구조적으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로팅 스테이지’는 무게 중심이 가운데 있는 좌우대칭의 반구 형태로 디자인 단계에서 이 점을 해결하는 반면, ‘플로팅 아일랜드’는 자유 곡선으로 인한 편심을 밸러스트 로 조정한다. 그리고 하부 구체는 파도로 인해 언제든지 출렁일 수 있고 수상 택시나 유람선이 지날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움직이는 인공대지 위에 건축물이 서 있는 이상 어떠한 방식으로 고정되는가가 관건이고 이 점은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플로팅 스테이지’가 상하부를 강접합하여 상하부 일체화시켜 진동에 대한 균열을 최소화 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큰 볼륨으로 바람과 같은 횡력에 영향을 더 받는 ‘플로팅 아일랜드’는 상하부를 핀접합으로 시공하여, 상부에서 횡력에 의한 모멘트를 흡수하고 하부체는 오로지 수직 하중에만 대응하게 된다.



플로팅 인 딜레마

‘플로팅 스테이지’의 건축 공사비만 약 65억 원, 플로팅 아일랜드는 비공식 추정치로 약 960억 원이라고 한다. 수면 위에 인공 대지를 조성하는 비용이 건물 조성 비용만큼이나 많이 들어가는데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기엔 부담이 크다. 반면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찾기가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존의 한강 바지선들도 카페나 레스토랑, 간혹 연회를 열 수 있는 정도이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사용 승인과 재산권 보호 시스템(등기)이 확립돼 있지 않은 것은 현실적인 제약이 되고 있다. 게다가 수상에서 피난이나 안전을 고려할 때 플로팅 건축물의 상부 구조물에는 건축법보다는 강화된 기준이 요구되나, 안전에 관한 기준과 조건은 마련 중에 있어 한강사업본부에서 준공 검사와 사용 승인을 대행하고 있다. 그리고 피난 시뮬레이션 분석 작업을 통해 사전 검증을 거치고 있다. 하부체는 우리나라 선박인증기관인 한국선급(KR)에서 안전도 검사와 승인을 따로 받고 있다.

어쨌거나 플로팅 건축물은 특수 건축물인데 비해 설계비나 사업성 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고, 기후 변화와 환경 면에서 태생적 제약이 있다. 건축가들에겐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 까다로운 작업이다. 반면에 미개척 분야인 수변 공간의 매력과 좀더 풍요로운 한강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정책 의지가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는 지켜 볼 필요가 있겠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한강이 서울시에서 가장 비싼 땅이 될지. 


 
강권정예 기자 jeongye골뱅이hotmail쩜com
WIDE 20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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