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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 시장의 연착륙을 기대하는가

자료실/도시건축

by 정예씨 2011. 3. 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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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건축사사무소의 김이사는 올해 들어 그가 전담하고 있는 수주 영업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 50명 내외 중규모 건축사사무소가 주력하고 있던 아파트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계속 되던 시장의 불안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4년 전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은 현재 1건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때 민간 업체의 발주는 90%가 홀딩이에요. 지금 수주하는 프로젝트의 20건 중에 민간 업체 발주는 3건, 나머지는 관 발주 것이에요. 작년 대비 건설 시장 물량이 40% 정도로 감소한 것 같은데, 건축설계는 허가 면적이 절반 정도 줄었다고 보면 맞을 거에요. 분명 관이 발주하는 건축 시장 쪽으로 전환하려는 이유가 있는 거에요” 그리고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지 말지, 결국 사무실이 어떻게 유지 운영될지, 규모가 축소될 것인지로 이야기는 흐른다.

표1. 국내 건축설계 시장 규모(추정치, 자료 대한건축사협회)

연도

건축허가면
(
단위 1,000)

추정 국내 건축설계 시장

건축사 신고 금액 적용

통계청 자료 금액 적용

대가기준 적용

단가()

금액

단가()

금액

단가()

금액

2005

111.506

23,000(추정)

25,646

36,000

4164

52,000

57,983

2007

150.957

23,164

34,968

36,000

54,345

52,000

78,500

2008

120.658

24,905

350

36,000

43,437

52,000

62,742

2009

105.137

26,964

28,349

36,000

37,849

52,000

56,712



대형화/양극화의 예견된 흐름

건축설계 시장은 큰 몸살 이후에 면역력을 갖췄다거나 체질이 개선됐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국내 건축설계 사무소의 어려움을 동반한 지각 변동은 이미 오래 전, 여러 차례 예고된 바 있다. 김성홍(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IMF 이후 건축설계 시장의 흐름을 객관적인 통계 수치를 통해 분석하면서, 각주1 건축물의 유형 변화와, 건축사사무소의 대형화, 양극화 현상, 향후 국내 산업구조가 선진국형 구조로 변화함에 따라 소규모 상업건축의 수요 감소를 예측 보고하였다. 건축물의 변화 동향은 민간 부문에서는 아파트가, 공공 부문에서는 교육/ 사회 시설이, 지역별로는 서울이 수도권과 같이 건축물의 대형화를 주도하며, 서울이 수도권과 더불어 대형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또한 이 점이 건축사사무소의 대형화와 양극화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같은 동향은 최근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대한건축사협회에서 발간하는 2010년 11월호 <건축사>에서는 건축사사무소별 연 매출 규모 비교를 통해 전하고 있다. 각주2

표6. 국내 건축설계 업체 현황(매출액 순, 자료 출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융감독원 자료), <건축사> 2010년 11월호


그러나 실제 체감하는 대형화, 양극화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고, 좀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건축사>의 기초 데이터를 바탕으로 1~10위, 11~50위, 51~100위 등, 매출 순위별로 그룹을 만들어 그룹의 평균치를 비교해 보면 상황은 뚜렷해진다. 1~10위 까지 총 매출 규모는 전체의 30%를 차지하지만, 이 그룹의 연 매출 평균치를 내어 보면 2005년 60%, 2009년에는 70%에 달한다. 각주3 그리고 이 그룹의 건축사사무소는 매출 규모는 순위권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지만, 1, 2, 3위는 부동의 위치를 5년째(최근 연도의 매출 현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관계로) 고수하고 있다. 이 사실은 매출 순위 1~10위권 건축사사무소가 전체 시장을 얼마나 압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고착화돼 가는지를 말하고 있는지로 해석될 수 있다. 표6, 7, 8.

고착화의 심각성은 또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매출 순위 1,500위(규모 5인 이하) 바깥은 그룹별 평균치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비중인지 드러나지가 않는다. 즉 전체 건축설계 시장에서 그들의 경제활동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론이 있겠지만 적어도 수치상에서는 그렇다. 


표7. 건축사사무소 매출 순위 그룹별 연간 허가면적 비율


표8. 건축사사무소 매출 순위 그룹별 연간 허가면적 평균치




대형화/ 양극화의 이차징후 과당경쟁

건축설계 시장의 움직임이 경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PF사업도 금융권 위축으로 민간 건설사의 자금 운용이 어려워지면서, 한일건설이나 진흥기업의 부도라든지, 대규모 PF사업의 강자 SK건설 역시 용산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주춤하고 있다. 건축설계 프로젝트 역시 보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앞서 ㄱ건축사사무소의 경우도 작년 한 해 매출액의 60%를 지탱하는 것이 관 발주의 프로젝트로, 아파트 시장에서 관심을 돌린 것도 이유가 있다. 그리고 경기 변화에 따른 매출 순위 상위권인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움직임을 따라가 보면, 시장 점유율이 어떤 식으로 높아지는지를 알 수 있다.

대개 현상설계나 PQ 방식으로 발주되는 LH공사, SH공사, 철도공사, 법무부, 교육청, 그리고 지자체 등이 발주하는 프로젝트는 일정 규모와 설계 가격별로 시장을 형성한다. 또 턴키 방식이나 BTL 방식의 프로젝트 시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매출 순위 상위 그룹은 이 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분야와 경계를 허물며 확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설계비 15억 원 이하 현상설계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면, 지금은 5억 원 규모의 현상설계에도 참여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법무연수원 같은 건물이 23억 원, 용산구청 10억 원일 때, 그 영역과 경계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기존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건축사사무소에 입장에서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예를 들어 BTL 방식으로 대부분 발주되는 학교 건축은 기존 5개 사무소(디앤이, 이가 등)가, 특수 시설에 속하는 군사시설도 소위 넘버5라고 하는 사무소(행림, 도심, 정우, 선진 등)들이 형성하고 있던 시장이다. 이 시장을 신규 시장이라 생각하는 사무소들이 점차로 경쟁에 합세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시장을 점하고 있던 사무소들 역시 다른 데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ㄱ건축사사무소 역시도 예전에는 하지 않던 3억, 5억 원 규모의 현상설계에도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당 경쟁이 부르는 사회적 비용

시장의 냉혹함이 서럽다 할지라도, 건축물의 품질이 호전되고 사용자의 만족도가 올라간다면 순기능 아닐까 한다. 하지만 현재의 관 발주 프로젝트의 진행 방식이 질적 가치를 추구한다고는 절대 볼 수 없고 그건 별도로 따져 봐야 할 문제이다. 결국 시장의 효율성을 생각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승자 독식하는 과당 경쟁이 부르는 출혈은 건축계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턴키 설계 시장은 일정 정도 비용을 건설사가 보장해 주기 때문에 건축사사무소의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패자가 되더라도 위험 부담이 크진 않겠지만, 과도한 결과물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현상설계 방식은 줄곧 고비용 저효율이 지적돼 왔다. 이런 부담이 건축사사무소들이 과당 경쟁을 벌이면서 사회적인 부담으로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3억 원 규모의 현상설계에 참여하면서 사무소마다 어림 잡아 3천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할 때, 10개 업체가 참여한다면 시장은 적어도 3억 원을 쏟아 붓게 된다. 당선 업체는 설계권을 받는 것으로 보상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 설계비로만 6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과 다름없다.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그 비용은 증가한다 할 수 있다. 우체국과 주민센터 하나 짓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지 따져 본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고비용의 건축설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누군가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해마다 3천 명씩 쏟아져 나오는 건축 관련 졸업생들, 당장의 수확을 기대하는 학생들 앞에서 적어도 시장은 아무런 답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라도 미래를 말하는 대신에 느는 것은 수사이고, 힘없는 목소리가 어떤 신뢰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한다. 결국 수정하거나 탈출하거나, 이다.



국민총생산의 20% 가까이를 건설업에서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는 수치상으로만 비교하면 일본보다도 훨씬 건설 의존도가 높고, 대충 레바논과 베트남 수준의 지표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3차 산업으로 분류되는 건설업에 의해서 서비스 산업이 특별히 더 비대해 보이는 통계환각이 발생할 정도다. (중략) 수익률은 떨어지고 경쟁은 극심한 상태에서 이미 증가할 대로 증가한 건축사나 설계사 같은 전문 인력을 추가적으로 소화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신규 진출자들은 조경이나 부동산 거래와 같이 타의에 의해 다른 직장으로 옮겨가야 하는 일이 지금 건설 인력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에서 자동화율이 높아지고, 설계나 구조 계산에서도 전산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인력 감축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엄청난 규모로 계속해서 토목사업들을 5년째 유지하고 있지만, 건설업자들이 얘기하는 ‘연착륙’은 현실적으로 요원한 일이 되어 버렸다. (우석훈, 박권일 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pp.228-238에서 요약 발췌) 


강권정예/본지 객원기자

 



(각주 1) 김성홍, 2000년 이후 도시건축의 대형화와 건축사사무소의 변화에 관한 연구  에서 요약 발췌
1997년 이후 유형별, 연도별 변화를 보면, 아파트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서울의 민간 건축물 연면적의 약 30% 차지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용도상 연면적이 가장 많은 건축 유형 순서, 아파트(30.8%), 근린생활시설(16.3%), 사무소 건축(10.4%) 순이라는 것은 적어도 건축사사무소의 주요 일감이 무엇이며, 건축설계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중략)  그리고 경제 상황에 따라 건축설계 시장이 부침을 반복하는 한편, 둘째 건축물의 규모가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데 민간 부문에서는 아파트가, 공공부문에서는 교육/사회시설이다. 셋째 서울의 도시건축 규모는 전국의 2배가 넘으며, 수도권과 함께 대형화를 주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건설 활동이 활발했던 해는 규모가 컸고, 침체기에는 규모가 그만큼 작았던 것을 의미한다. 표 2, 3, 4, 5
건설의 활황과 건축의 대형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통계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은 유형(용도)에 따라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었다. 주거시설은 경기의 저점이었던 2005년, 상업시설은 상승기인 2002년, 공업시설과 교육 사회시설은 2001년에 각각 허가 건축물의 규모가 최고였다. 공공 부분의 건축물의 규모는 경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뚜렷하다. 민간 자본이 중심인 주거와 상업 시설은 최근 침체기에 규모가 작아졌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건축물은 그 규모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표2. 전국 허가 건축물의 총 연면적 변화, 기초자료 출처: 국토해양부
표3. 전국 허가 건축물 총 동(棟) 수의 변화,  기초자료 출처: 국토해양부

 

표4. 용도별 허가 건축물의 평균 규모(연면적)의 변화, 기초자료 출처: 국토해양부
표5. 지역별 허가 건축물의 평균 연면적의 변화, 기초자료 출처: 국토해양부

  



(각주2) 전영철, 건축 설계시장의 현황과 발주제도 등 개선방안, <건축사>, 2010년 11월호.

(각주3) 기초자료 출처: 국토해양부 세움터 허가 전산 자료, 전영철, 건축 설계시장의 현황과 발주제도 등 개선방안, <건축사> 2010년 11월호, 51쪽, 괄호 안은 2009년 기준 건설 기술자 보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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