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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활자로 재구축되다

자료실/도시건축

by 정예씨 2010. 10. 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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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활자로 재구축되다 
건축 도서를 통해 본 건축의 이슈

 

건축에 대한 사회의 관심사와 이슈를 건축 도서를 통해 짚어 본다. 잡지를 비롯한 수험서, 실용서, 교재를 제외한 인문/ 사회/ 예술 분야의 건축 대중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로 집계된 건축 도서를 대상으로, 관심 두는 주제가 무엇이지, 대상이 누구인지를 살펴본다. 또한 건축 출판의 기획/편집 전문가들이 포착하는 독자 대중의 정서와 건축의 흐름은 무엇이며, 베스트 셀러 도서의 기획 과정과 배경이 건축의 외연을 어떻게 넓혀줄지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


건축 도서는 대중 교양서이다?!

 

먼저 건축 도서의 출판 관계자들은 인문, 철학, 문화를 포괄하는 분야로 건축을 거론하지만, 정작 건축 도서는 도서 유통의 관행상 기술과학으로 분류돼 있다. 이런 분류가 타당한지 여부에는 국내 건축 도서들이 오랜 기간 전문 기술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던 이유도 있을 것이고, 최근 10년 사이에 건축 도서들의 변화나 추세를 보고 판단하는 게 옳을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건축 도서는 전체 도서 출판 규모에 견주어 볼 때 발행 부수나 종수가 미미해, 별도로 통계를 내고 있지 않을 정도로 시장에서의 그 존재감은 약하다. 다만 기술과학 분야의 출판 추세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건축 도서의 출판 동향은, 최근 통계인 2009년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출판 현황 집계에 따르면, 전체 출판물에서는 도서의 종수나 발행 부수가 전반적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건축 도서가 분류되는 기술과학 분야에서만은 눈에 띄는 증가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교보문고를 비롯한 서점가에서 집계되는 통계에 따르면, 기술과학 분야의 베스트 셀러 상위권에 오른 도서들은 거의가 건축을 소재로 한 도서들이다. 물론 수험서나 실용서를 제외하고서이다. 이 몇 가지 단서들로 건축 도서가 분야 내 출판 동향의 상승을 주도하지 않았나 추측해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상위권에 오른 건축 도서들이 기술과학으로 분류되던 기존 건축도서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 중 올 해 상반기 동안 안그라픽스에서 출판한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미메시스의 『게리 : 프랭크 게리가 털어놓는 자신의 건축 세계』, 눌와의 『건축가들의 20대』, 현암사의 『나는 건축가다』, 멘토프레스의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숨비소리의 『르 코르뷔지에 VS 안도 타다오』, 그리고 효형출판의 장수 베스트셀러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가 눈에 띈다. 그 외에도 고건축과 한옥을 소재로 한 도서인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한옥이 돌아왔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이 대표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들로, 전문 기술서 보다는 대중서를 지향하는 도서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작년, 제작년,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 건축 출판 시장의 변화와 내용들을 볼 때, 이러한 대중서 지향의 건축도서가 흐름을 주도한 게 아닌가 한다.

한국 사회 전체가 그러했듯이, 전쟁 이후 피폐한 상황에서는 읽을 거리 역시 부족했다. 그때 지식 사회의 갈증을 대신했던 것은 해적판 도서들이었다. 건축 도서 출판에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1960년대 후반 이후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 출간된 전집류를 그대로 복사해서 읽던 적이 있었다. 제대로 된 번역서나 우리 시각을 담은 건축 도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건축가들의 작품과 사회적 활동이 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건축 작품집을 비롯한 건축 출판물이 늘고, 건축 도서의 질적인 변화는 1990년대 들어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건축 출판가의 변화는 사회 변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며, 요즘 건축을 문화와 예술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나 출판물의 시도는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인 것이었다.

출판 흐름에 대한 열린책 미메시스 홍지웅 대표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흐름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이고, 테마 여행 도서의 주제로 도시와 건축이 등장했다고 봅니다. 건축 ‘스케치’나 ‘사진’을 더해서 나온 책들이 나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하지는 않죠. 파주출판도시가 만들어진 것도 그 즈음인데, 영향을 준 하나의 요인이 될 거에요. 파주출판도시 같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건축물이 늘고, 인터넷 미디어나 블로그 같이 1인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필자 층도 변화가 있었죠. 도시 건축과 관련해 ‘여행’이라는 개념, ‘취미’와 ‘교양’이라는 문화적인 개념의 등장이 건축 대중서들이 나오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보는 거죠.

출판가에서는 이러한 변화 흐름의 기점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의 등장으로 보고 있다. 건축 분야에서는 흔치 않은 이 밀리언 셀러는 ‘인문적 건축이야기’라는 건축 출판의 한 부류를 만들어 내었고, 건축물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는 물론, 타 장르 예술과의 차이나 원리, 그리고 건축물에 담겨 있는 사회적 문제와 이데올로기를 풀어낸다는 점이 기존 건축 도서와는 차별점이자 특징이다



대중적 관심의 시작은 건축가

 

이러한 특성은 몇 가지 주요한 흐름으로 읽을 수 있는데, 하나는 건축가의 건축세계와 건축가로서 인간적인 고뇌들을 건축가 자신이 쓴 ‘건축가의 자전적 에세이’ 들로, 서점가에서도 판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도 다다오의 저서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안도 다다오), 『연전 연패』가 각각 출판사 안그라픽스와 까치에서 출간되었고, 쿠마 겐코가 자신의 건축철학과 건축의 패러다임, 이념과 상품으로서 건축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담론을 보여주는『약한 건축』, 『자연스러운 건축』이 있다. 그리고 1961년에 출간된 르 꼬르뷔제가 20대 섰던 건축 여행기 『동방여행』이 번역되었다국내 건축가로는, 원로 부부 건축가 원정수, 지순의 『부부건축가의 건축외길 50년』, 『건축 세상만사 - 원정수의 건축으로 세상보기』가 최근 출간되었고, 승효상의 『건축이란 무엇인가』, 『지문(LANDSCRIPT) - 땅 위에 새겨진 자연과 삶의 기록들』, 『건축 사유의 기호』가 서가의 자리를 매우고 있다.


다른 하나의 흐름은 제3의 화자가 건축가를 소개하고 작품들을 읽어주고 사회나 문화적인 의미를 제시하는 것들인데, 저자들은 주로 건축가나 건축 전문 비평가라기 보다는 기자나 출판인, 문화 예술 평론가들이다. 출판 기획자 겸 작가인 자예 애베이트가 쓴 『건축의 거인들 초대 받다』는 앞서 안도 다다오나 프랭크 게리가 포함된 ‘프리츠커 상’ 수상자 10인의 건축세계를 전한다. 그리고 『나는 건축가다 - 20인의 건축 거장 삶과 건축을 말하다』는 귄터 베니쉬나 피터 아이젠만를 비롯한 건축 거장 20인의 건축 철학과 자신의 인생, 그리고 대표적 건축물에 얽힌 에피소드와 잘 알려지지 않은 건축 과정에 대해 얘기 한다. 특징적인 것은 독일 「디 차이트Die Zeit」의 기자 출신의 예술ㆍ건축 평론가 한노 라우테르베르크가 책의 형식을 묻고 답하는 ‘인터뷰’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건축가 모노그래프 형식의 『게리: 프랭크 게리가 털어놓는 자신의 건축 세계』, 『라이트: 미국 건축의 아버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이나 『꾸밈없는 언어 -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 루이스 칸의 건축에 대한 『칸: 침묵과 빛의 건축가 루이스 칸』, Louis I. Kahn 작품과 프로젝트』들은 모두 번역서로 독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고, 아이돌 스타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의 『YES IS MORE』는 팝 컬쳐 장르의 건축 작품집이라는 장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체로 주류를 점하고 있는 건축 도서들은 역서가 많고, 소재에 있어서는 외국 건축가, 외국 작품에 치중해 있다는 점, 그리고 인기 있는 건축가들에 대한 ‘쏠림 현상’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거로서 한옥에 대한 재조명을 하고 있는 돌베개에서 출간한 <한옥에 살어리랏다>가 한옥의 공간적 특성과 체험을 다양한 인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는 출간 이후 꾸준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며, 『궁궐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 조선 궁궐 사건』,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 특히 안창모 교수의 『덕수궁, 시대의 운명을 안고 제국의 중심에 서다』, 우동선 외 7인이 쓴 『궁궐의 눈물, 백년의 침묵 제국의 소멸』 은 일제 강점기에 대한 연구서를 바탕으로 하며, 정치 외교의 소용돌이 속에서 건축과 문화가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를 문화적 관점에서 기술한 에스노그래피로서 의미가 있는 건축 도서들이 눈에 띈다. 그 외에도 『우리 근대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여행』, 『모던스케이프』,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등의 문화유산으로서 근대 건축에 대한 답사 형식의 에세이들이 있다

  



발굴되는 건축 도서의 저자들

 이러한 건축 도서의 저자들은 새롭게 발굴되는 경우가 많다. 효형출판 안영찬 편집팀장에 따르면, 필자층이 다각화되고, 사회 변화의 흐름과 이슈를 읽어내는 출판 기획의 비중에 따라 건축 도서 출판이 영향을 받고 있음을 설명해준다. “저자나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 받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사람 자체를 염두에 두기 보다는 주제나 아이템 자체에 흥미를 느껴 자료를 찾다가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요. 건축 관련 잡지나 자료들을 보는데, 간혹 연재되었던 글이 바로 단행본 출판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고, 저자만 발굴해서 다른 아이템으로 기획되는 경우도 있죠. 그럴 때마다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원고의 완성도와 나 새로운 시각이나 내용을 갖고 있는지에 중심을 두는데, 아주 기본적인 부분이죠.

한편 미메시스의 기획/편집자는 건축 도서의 한계나 현안이 또한 저자와 역자의 중요성에 있음을 전하고 있다.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건축 도서는 일반 대중서라기 보다 식견이 있는 그룹이 보는 책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독자 층이 조금은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용어 부분이 제일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죠. 건축 용어 자체가 우리말로 제대로 표현된 것이 없고, 사전 자체도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한다거나 통일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결국 번역자와 여러 번 얘기하면서 결론 내린 것은 한국말로 굳이 고집하려다가 더 이해가 안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으니, 차라리 지금 정립되지 않았으면 원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좋을 수 있겠다, 하는 거죠.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이나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하겠죠. 그런데 전문 용어는 분야의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서 계속 정해나가는 것이 규칙인데, 통용되지 않는 것을 편집자가 나서서 하기는 무리가 있죠. 오히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그 것이 더 문제이기는 해요. 건축에 대해서 잘 알지만 전달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문 번역가들을 찾게 되는 이유라 할 수 있죠.




인터뷰 1 미메시스

책을 통한 예술의 본질에 다가서기
열린책들, 미메시스 발행인 홍지웅

 

2005년에 미메시스가 주로 예술 분야의 책들을 중심으로 내기 시작했어요. 미메시스에서 발행된 책이 아직은 종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고 건축 관련 도서는 5권 정도 돼요. 관심이 많은 책 『게리 : 프랭크 게리가 털어놓는 자신의 건축 세계』이고 올해 1월에 출간되었죠. 게리는 미메시스에서 기획한 아티스트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 초반 출간된 책들이 다 건축가들이에요. 가장 먼저 나온 것이『게리 : 프랭크 게리가 털어놓는 자신의 건축 세계』 가 먼저 나왔고 , 에이드리언 포티의 『건축을 말한다』, 그리고『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자서전』, 『칸: 침묵과 빛의 건축가 루이스 칸』 순서로 출간되었어요. 인문, 문학 중심의 열린책과는 달리, 미메시스는 미술 디자인 건축 만화 영화 사진 등의 예술서를 중심에 두고 있어요. 건축이 그 중 한 분야라 할 수 있겠죠. 건축에 대한 관심은 전체 출판시장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제 개인적인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가족과 친척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어릴 적에는 미국에서 가져 온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건축자재 카달로그가 집에 뒹굴어 다녔어요. 그리고 제가 직접 사는 집은 아파트보다는 직접 가꾸어나가는 집을 더 선호했고 집을 지어보려고도 했었어요. 그러면서 열린책들의 통의동 사옥을 짓고 경복궁과 면한 통의동 일대의 변화를 지켜보았죠. 열릭책들이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과 파주출판도시가 채워지고 완성되는 모습이나 평창동 미메시스 사옥이 설계부터 완공까지 쉽지 않는 건축 과정도 재미있는 것들이었어요. 그러는 동안 많은 건축가들과 가까워지고 친분도 두터워진 것 같아요

 


예술가를 통해 만나는 예술


흔히 우리가 책을 읽고, 누구에게서 영향을 받고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하죠. 그래서 인생이 바뀌고 살아가는 의지가 새로워지기도 하고요. 예술이란 것도 그렇다 생각해요. 예술이라는 것은 그 모습을 다양하게 드러내지만, 본질은 사물 원래의 모습을 찾아주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일반적으로 보는 시각이 아니라 그것을 뒤집어서 보게 해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관습적으로 보던 것에 의문을 품게 하고 한 번 뒤집어 보게 해주거든요. 사물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사람은 사람답게, 역사는 역사답게 해주는 것이죠. 그 점에서 책도 비슷해요. 책을 읽는 과정도 삶이든 사랑이든 선과 악이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과정이 있어요. 그런 점에서 둘은 공통점이 있는 거죠. 그래서 책이라는 것이 사람 개인을 움직이는 어떤 매체일 수 있다면, 예술이나 건축은 보다 많은 사람들,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영향을 주는 매체라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래서 책이든 예술이든, 인간의 삶과 변화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건축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시각에 의해 뒤집어 보기 보다는, 예술이라고 하는 본 모습, 원래 예술가의 생각을 잘 보는것이에요. 건축가가 남긴 스케치와 노트, 초기 도면들에서 직접 생각을 읽고 건축가의 생각을 직접 듣는 거죠. 비평가나 분석이나 안내자의 해석에 따라 보는 것도 좋지만, 원전에 가까이 가서 직접 느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 점에서 미메시스가 내는 건축 책은 건축 자체라기 보다는, 음악이나 미술, 그리고 조형 예술로서 건축이 주제가 되는 예술서의 한 분야라는 게 더 맞을 거에요. 미술 관련 책들 보면 직접 쓴 자서전, 아니면 예술에 대한 직접적인 단상이나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책. 스스로 관점이 분명한 이론서든 작가의 세계든, 대중서이든 구애 받지 않고 스스로 관점이 분명한 자신의 얘기가 중요해요. 계속 관심을 가지는 분야, 해설서나 비평가의 해석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전에 예술가의 말을 일차적으로 잘 정리한 것이죠.

 

건축가의 자전적 에세이


사실 독자는 별로 의식하지 않는 편이에요. 거칠게 표현하면 일종의 배짱인데, 우리가 소설을 내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한 소설에 독자 반응이 별로 없다 하더라도,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판단한 책은 꾸준히 내는 편이거든요. 독자가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과 책이 출간되는 시점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하려는 것이죠. 미메시스의 책 중에 몇 가지를 고른다면 작가가 그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위치를 점하고 있어요. 건축가들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프랭크 게리, 루이스 칸 같은 사람들이죠. 건축사에서 크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고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질만큼 중요한 인물들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 데에 초점이 있어요. 근간으로 준비하고 있는 안도 다다오는 칸의 영향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고, 프랭크 게리는 자신의 첫번째 작품은 칸에 대한 존경심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할만큼 연관성을 생각하고 갖고 있기도 해요. 개별적으로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이들을 연관지어 보면 흐름을 갖고 있기도 해요

예술을 다루는 책은 더 예술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유명 예술가들의 얘기는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고, 번역서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번역서라 내용 자체가 동일하다면, 아무래도 디자인 레이아웃이나 연출 방식이 좀 달라져야 하겠죠. 아티스트 시리즈다 보니, 큰 방향에서는 판형을 동일하게 하지만 사진을 배치하는 방법이나 글자체는 많은 고민이 들어간 것들이에요. 책마다 원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원서 자체가 훌륭하고 낫다면 굳이 새로운 해석을 하지는 않아요. 여기서도 독자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는데, 어떤 것이 보기 편한지와 같은 근본적인 것을 고민하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예술을 다루는 책은 그릇도 더 예술적이어야 함을 지향하는 편이고, 건축도 예술의 한 분야로 보고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죠. 종이 선택이나 값이 비싼 종이라 해도 실험을 하려고 하죠.
 


인터뷰 2 효형출판

인문적 건축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관심
효형출판 기획/편집자 안영찬

 

효형출판은 올해로 16년째인데, 다른 출판사에 비하자면 오래 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거에요. 주로 인문, 역사, 기행, 에세이, 과학의 다섯 가지 분야에 주력해 왔는데, 건축은 인문, 예술, 과학의 공통 분모를 지닌 주제로 보고 있어요. 1998년 출간한 서현 교수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가 ‘인문적 건축 이야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두게 되었고요. 사실 최근 13년간 펴낸 건축 도서가 열 권이 넘지 않으니 효형 전체에서 건축 도서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아요. 하지만 의미는 훨씬 크다고 자평합니다.

그리고 ‘인문’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분야로 저희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심리학’과 ‘건축’이에요. 건축은 인문과 만날 수 있는 여러 분야 중에 하나로 건축을 보지만, 인문학이 바탕이 된 분야이기도 해요.


 

건축은 인간에 대한 관심


사실 출판 시장의 흐름은 늘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만, 그렇다고 시류를 따라가지는 않아요. 꾸준히 빛을 내는 스테디셀러를 기획의 중심에 두고 있고, 그런 방향에 반응을 얻는 책이 많아요. 최근 2-3년 안에 들어서 건축 쪽으로 직접적인 관심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은 맞아요. 효형에서 나온 건축 도서들을 보면, 서현 선생님의 책 외에는 1-2종 정도이다가, 그 다음에 본격적인 건축 책들을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인문’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분야로 저희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심리학’과 ‘건축’이에요. 건축은 인문학이 바탕이 되는 여러 분야 중에 하나이죠. 그리고 요즘 워낙 건축에 대한 관심들이 많기도 해서, 건축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거기서 외연을 넓혀서 인테리어나 조경 쪽으로도 다양하게 교양화 하거나, 인문 독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그런 부류의 책들이 꽤 돼죠. 처음 저자였던 서현 선생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죠


전문적 영역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는, 충분히 대중 눈높이에 맞게 글도 쉽게, 흥미롭게 하려는 시도들을 여러 번 해왔고 건축도 그 중에 하나인데, 저희는 서현 선생님과 인연을 맺고 한 10년간은 서현 외에는 책이 없었죠. 최근에 서현 후속작이 나오고 선생님이 여러 가지 자문도 해주시고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많이 주고 계시죠. 인문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이라는 것이 결국은 인간에 대한 관심이거든요. 지금 대부분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사회, 그 안에서 공간의 문제가 빠질 수 없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외국으로, 오지로 떠나는 외국으로 기행문을 할 수도 잇는 것이고, 우리가 매일 같이 교통 체증에 시달리면서 매일 보는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아파트의 역사도 추적해볼 수 있는 것이죠. 건축 도서에 대한 관심의 기본적인 출발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도 ‘건축은 예술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답하는 서현 교수의 『건축을 묻다』, 건축사의 공백기라고 하는 근대와 현대 사이의 복원을 시도한 『궁궐의 눈물, 백 년의 침묵』 등은 건축 도서의 나아갈 방향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해요. 인문학적, 근원적 성찰과 더불어 우리 건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죠.

 

‘건축’ 보다는 ‘도서’


서현 교수의 책이 세 권 나왔죠. 책을 먼저 1998년에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가 제일 먼저 나오고, 『건축을 묻다』는 그 후에 저자가 10년 간 준비해서 11년째 나온 후속 작이에요. 그 사이에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가 1999년에 나왔는데, 『동아일보』에 연재된 글이고 글의 성격이 원고의 성격이 다르다 생각하죠. 저자는 자신이 하려 했던 것을 다 쏟아부었다고 하시면서 그 다음은 작품으로 얘기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음 책은 저자의 작품집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웃음). 사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가 인문적 건축 이야기의 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언에 의하면 원고 검토하면서 이것은 분명 새로운 컨셉이고 잘 될 것 같다는 것을 첫 눈에 판단했다고 해요


원고를 보면서 출간 여부를 검토하는데, 대부분 원고의 완성도와 기존 책과 차별화가 기준이 돼요. 그래서 출간 의미가 분명한가를 판단하죠. 효형에서는 건축 도서 출판에서 기본을 ‘건축’보다는 ‘도서’에 두고 있습니다. 문장과 이야기를 구사하는 힘과 글쓰기에 충실한 저자라면 자연히 주목하게 돼요. 사진과 멋진 작품이 쉽게 눈길을 잡아 끌지만, 교양서로서의 건축 도서라면 글이 중요하고, 그것을 독자들과 시장은 잘 감식해내고 판단해요. 그리고 효형에서는 해외보다는 국내 건축을, 이론을 소개하기보다 현장에서 두 발로 찾아다니며 만들어낸 주제를 발굴하려고 해요. 사라지는 근대 건축물과 도시의 궤적을 기록하거나, 전공자 아닌 일반인 더 나아가 폭넓은 연령의 독자가 즐길 수 있는 책들은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죠

 

자라나는 건축 대중


그리고 건축 도서이지만, 편집이나 디자인을 현란하게 하거나 제작비를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해요. 원색을 사용하더라도 꼭 필요한 곳에만 한정하고, 그림이 들어가더라도 웬만하면 흑백으로 처리를 합니다. 효형에서 지향하는 색깔이 분명히 있고, 그것에 맞춰 전체 분위기를 유사하게 가려 해서, 무채색의 담백함을 주기는 하는데 심심해 죽을 지경이죠(웃음). 사실 요즘 트렌드는 10대 후반, 20대를 포괄해야 하는 것인데, 거기에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고민이 돼죠. 그 방향이 맞다, 틀리다 이야기 할 게 아니라, 저희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자라나는 세대가 있고 건축 대중도 성장해간다면 젊은 독자층의 눈높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특히 건축 책은 그림도 많이 들어가고, 책의 구성 자체가 건물을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요소가 있어 스타일이 필요한 것이라 할 수도 있어요. 저희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거기에 발맞춰서 받아들이려고 하는 중입니다.
 



인터뷰 3 안그라픽스
건축의 텍스트를 따르는 북 디자인
안그라픽스 편집디자이너 김승은

 

건축에 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사실 시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할 수 있어요. 건축 출판 시장을 잘 알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어떤 건축가의 어떤 책을 안착시킬 것인가에 고민이 더 많아, 좋은 책을 선보이는 쪽으로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권한권씩 낼 때 마다 수업을 하고 있는 편이에요(웃음).  안그라픽스에서 2002년 출간한 김봉렬 저,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과 같은 책은 독자들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책들이고요, 최근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건축에 관련된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는데, 그 계기가 된 것이 안도의 자전적 에세이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요.

대개 안그라픽스에서 나오는 책들은 디자인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최근 출간된 건축 도서들은 그렇지 않은 편이죠. 건축가의 작품이나 디자인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건축가의 생각과 생애에 초점을 둔 책들이 많아요. 특히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꼬르뷔제의 철학과 인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20대의 꼬르뷔제가 어떠한 건축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간들의 기록인 거죠. 1961년에 나왔지만, 20대 꼬르뷔제가 고민한 것들은 현재와도 맥이 닿아 있는 것들이죠.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건축 도서의 고전이라 할 수 있을 거에요.


건축의 이미지와 감각을 재현


건축도 디자인의 한 분야라 할 수 있잖아요. 더욱이 안그라픽스의 정체성도 그것에 있다 할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특히 건축 도서에 대한 디자인은 신경을 더 많이 쓰는 편이에요. 북 디자인의 접근 자체도 달리 하는 편이고, 디자이너는 충분히 책의 내용과 기획 방향을 숙지하고 시작을 하지요. 안도의 책은 안도의 건축 작품들을 먼저 이해하면서 시작을 하는 것이죠. 가령 안도 다다오는 빛과 그늘, 르 꼬르뷔제는 작가의 여정, 그리고 쿠마 겐코는 작품에서 드러나는 질감을 포착했어요. 특히 이 세 책의 특징은 손에 쉽게 쥐고 읽을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책이라는 점이에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나, 건축가 안도다다오』는 표지에 사용된 사진은 일본 사진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이에요. 한국에서는 2003년 일민 미술관에서 전시를 한 적도 있는 작가인데, 사진 자체가 주는 재미를 생각하고 고른 것이죠 안도 다다오 건축의 모티브인 빛과 그늘,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는 게릴라 건축가의 모습을 사진에서는 흑백의 색감과 그 장소가 주는 미세한 공기 질감으로 잘 보여주고 있었거든요그리고 흑백 사진이 주는 강렬함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게 띠지인데, 띠지에 한 줄기 빛을 상징하는 대각선의 긴 구멍을 뚫고, 그 사이로 안도 다다오의 얼굴이 살짝 보이도록 했어요. 책의 제목이 건축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면, 책의 디자인은 빛과 그늘의 상징적 이미지만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략이죠.


『자연스러운 건축』은 쿠마 겐코의 초쿠라 광장에 있는 오타쿠니석 철판의 벽면을 모티브로 삼았어요. ‘초쿠라의 광장’은 ‘구멍의 건축’으로 불리는데, 오타쿠니석과 철판을 하나의 직물처럼 조합시켜, 바람과 빛이 통하는 큰 구멍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오타쿠니석 원래의 질감을 살리고 있고요.. 쿠마 겐고도 이 책의 표지 덮개에 그 벽면 모양으로 구멍을 뚫고 싶어 했어요. 우리는 다들 쿠마 겐고의 건축처럼, 평면적인 책의 표지가 숨통이 틔는 디자인이 될 것이라 좋아했지만, 제작 과정이나 책의 실용성을 간과할 수가 없었어요. 아쉽지만 그 대신 지금처럼 구멍 모양대로 압을 준 디자인이 되었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건축물의 재료가 주는 질감을 느끼며 마치 공간 속을 거닐듯이, 쿠마 겐코를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었어요


반면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은 꼬르뷔제가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보헤미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을 다니면서 쓴 여행 일기인데, 1965년에 첫 출간된 책이에요. 원고는 꼬르뷔제가 베를린에 있는 페터 베렌스 사무소에서 설계사로 일하던 1911년에 쓰였던 것이지만, 전쟁 때문에 1954년에야 출간된 책이죠. 책에서는 ‘여정’이라는 개념을 앞 표지에서는 ‘점’, 뒷표지에서는 구체화된 ‘타이포그래피’로 표현되었어요


안그라픽스의 건축 도서 디자인


안그라픽스의 책들의 일반적인 특징일 수 있는데, 북 디자인에서 그다지 많은 디자인 요소를 사용하지는 않아요. 텍스트가 이미지로 압축돼 표현되는 것이니, 내용을 드러내는 요소는 한두 가지만으로 충분한 것이죠. 그것이 더 설득력 있게 전해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북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본문 구성을 포함한 책 전체적인 꼴입니다. 과하지 않고 조용하게 설득력이 있는 대화가 안그라픽스 나름대로 독자와 대화하는 디자인의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제 몇 권의 책으로 안그라픽스에서 나오는 건축 도서에 대한 방향을 전하기는 어려움이 있어요. 앞으로 꼬르뷔제의 여행 일기와 같은 고전에 속하는 책들과 한국 건축가들의 철학이 담긴 책을 꾸준히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독자와 자연스럽고 편안한, 그래서 솔직한 대화를 해나갈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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